시구루이 (10) 구입 풍운

서면 영광도서에 가서 그동안 낱권으로 구입하고 있던 만화 오다 노부나가 1편 or 2편을 구입하려 했었는데 지갑 속에 돈이 만 원짜리 두 장, 5천원짜리 1장, 천원짜리 1장이 있고 책 가격이 6,800원이기에 만 원짜리 깨기 싫어서 구입을 하지 않았다. (5,800원으로 책 가격을 착각하고 있었기에 6천원으로 해결되리라 생각하고 동전을 따로 챙겨가지 않았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야 예전부터 유명했던 '대망' 시리즈 덕분에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꽤나 높은데다가, '오다 노부나가'야 상업을 발전시켜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든지 첨단 무기를 개발해서 전략적인 우위를 점하려 한다든지 잔인하게 정적을 제거해서 상대를 초토화를 시킨다든지 측근 부하에게 배신 당해 죽음을 맞이한다든지 그야말로 '박정희' 같은 '드라마틱'한 캐릭터라서 판매율이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되고 나 또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오다 노부나가' 두 시리즈는 3,4편, 1,2편을 제외하곤 다 구입한 상태이다. 

역사만화물이 꽂혀있는 서가에 남자 두 명이 서서는 만화책을 펼쳐보며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덜 팔릴 것 같은 (개인적으로 따져봐도 구입 의사가 전혀 없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리즈에서 몇 권을 꺼내어 그림 속 쌍꺼풀이 있니 없니를 따지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예전에 해운대 스펀지 지하 1층 영풍문고에 갔다가 만화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리즈 중 1권이 비닐 포장이 개봉되어 있는 책이 있길래 잠시 읽어보았는데.... 임진왜란, 정유재란 연속으로 개털렸던 한국인의 입장에선 '개천에서 용 난' 입지전적인 영웅으로 묘사되는 모습에.... 차마 구입하지는 못하고 옆에 꽂혀 있는 (민족적 반감이 덜 한) 오다 노부나가 시리즈 중 한 권만 구입했던 경험이 있다.

체형도, 패션도, 보고 있는 만화도 특이하기에 그 사람들은 일본인이고, 한국에서 번역되어 출판된 요코야마 미츠테루 그림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편을 (일본판과 비교해서) 살펴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발음이 좀 뭉개지긴 했지만) 입에서 나오는 음성이 '한국어'인데다가 외국인이 발음하기 어려워할 '쌍꺼풀'이라는 단어마저 말할 정도이니 한국인이 맞기는 맞는 모양이있었다.

덩치 큰 남자 두 명이 서가 한 코너에 버티고 서있으니 여유있게 시간을 들여 책을 고르기가 힘이 들었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도쿠가와 세 시리즈는 한 서가에 나란히 꽂혀 있으니 그 서가 앞에 덩치 큰 사람 두 명이 버티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책을 고르기 불편함이 자명하다. 
오다 노부나가 1편과 2편 중에 뭘 살까 고민하다 2편을 고르고 몇 걸음을 옮기다가 다시 1편으로 바꾸고 몇 걸음, 그러다가 가격표를 보니 6,800원.  

'노부나가'야 다음 번에 구입해도 될테니 (솔직히 내용을 왠만큼 알고 있어서 권수를 메우기 위해 구입한다는 느낌이라 구입이 급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도쿠가와는 인터넷 쇼핑몰, 노부나가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분해서 구입하고 있는 중이며 '노부나가'보다 '도쿠가와'가 약간 더 비싸다. 노부나가가 좀 더 얇으며 스토리 전개가 훨씬 빠르며 인터넷 쇼핑몰의 재입고가 느리다.) 지갑 상황도 묘하니만큼 이번에는 다른 만화책을 구입해볼까 싶어 일반 만화책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데즈카 오사무의 블랙잭 세트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으나 서점 들릴 때마다 낱권씩 깨작깨작 모으는 스타일로서는 감당이 되지 않는 존재. 낱권이 있나 싶어서 직원에게 물어보았더니 그가 찾아 준 책은 다른 만화가에 의해 리메이크된 '블랙잭'이라 패스하고 모빌슈츠 건담 오리진 11권을 찾아보았으나 그것 역시 10권만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예전에 1권부터 차례대로 구입했다가 달롱넷의 모 님에게 팔았던 일이 있는데 당시 몇 권까지 있었는지 기억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혹시 그때 구입했다가 판매했던 것이 1~10권이 아니었나 싶어서 패스.

이글루스의 이준님이 리뷰글을 올리고 있는 지 특별판을 찾아보았으나 한 권 가격이 8천원이라서 패스. 개인적으로 으스스한 공포 만화를 집 안에, 그거도 내 방 침실 가까이에 두고 싶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딱 6천원이었더라 하더라도 구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흥미는 가는데 소장은 차마 못하겠으니 만화방에서 봐버릴까도 싶은데 8천원짜리라서 대여료가 8백원인 것은 아닐가 모르겠다.

히노 히데시의 '지옥도'도 꽂혀 있었지만 같은 이유로 구입은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만 지금 생각해보니 다음 번에 서점에 있으면 구입해 버릴까 하는 생각도 뒤늦게 든다. 내 방에 놓아 두지 않고 다른 방에 꽂아 두면 되지 않을까.... 아냐. 아무래도 찜찜하다. 그런 귀기어린 물건을 집에 놓아두는 것은. 히노 히데시의 '지옥도'는 '걸작'이므로 한 권쯤은 가지고 있어도.... 묘한 갈등의 연속이 계속 되긴 하지만, 막상 용기를 내어 서점에 가게 되면 품절이 되었을 가능성도 높긴 하다만.

오다 노부나가, 블랙잭, 오리진, 이토 준지를 거쳐 손에 쥐게 된 만화책은 시구루이 10편. 
작년 여름이었던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제목을 알게 되어 이후 서면 교보문고와 해운대 영풍문고에 들렸을 때 구입해보려다가 겉표지가 지나치게 요란(?)한 탓에 여태껏 구입을 망설이게 된 책인데 이런저런 상황이 이어진 끝에 이번 기회에 구입해보게 되었다.

앞표지에는 훈도시 차림의 남자가 알몸을 뒤틀고 있는데 (털 없는) 맨가슴에는 핑크빛 유두, 만화 특유의 이쁘장한 얼굴로 희열의 극치를 느끼고 있는 듯 몸을 뒤틀고 있어 주위의 오해를 사기 쉽게 되어 있으며 뒷표지에는 붉은 글씨로, 꼭두각시들은 그녀의 유방을 불태웠고, 분노한 호랑이는 그의 두 눈을 도려냈다. 깊고 깊은 어둠 저 밑바닥에서 돌아온 남자와 여자는 사랑스런 딸 앞에서 늙은 호랑이를 손톱처럼 잘라내고 패각을 지키는 젊은 용의 팔을 베어냈다.....라고 적혀 있다.

'유방'이라는 단어도 얼굴이 화끈거리게 만들긴 하다만은 옷 벗은 남녀가 부둥켜 안고 있는 그림은 버스 안에서 펼쳐 보고 있으면 주위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기 딱 좋은 꼴인데, 오늘 내가 버스 안에서 그 책을 보고 있었다. 누가 볼까 양 손바닥으로 책 표지를 조심스럽게 눌러 쥐고 있었다만은 본 내용 속에서 튀어나오는 알몸이며, 튀어나온 창자며, 잘려나간 뼈는 가리지 못하였다. 옆 자리에는 교회 모임에 나갔다 오시는 듯한 아주머니 한 분이 앉아 있었다.

가격은 4천원. 잔인한 내용과 리얼한 인체 묘사로 이름난 작품. 19세 미만 구독 불가.
칼싸움 장면이야 대개 그렇듯 피를 토하며 팔다리가 쑥쑥 잘리고 잘린 몸뚱아리로 꿈틀꿈틀 땅바닥을 기며 뇌수를 드러내고 창자를 꺼내놓게 되는 것이니 '사무라이 풍첩'을 비롯한 다른 만화책에서도 그러한 장면들은 익히 본 것이건만, 정작 그 잔인한 묘사에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장면은 칼에 잘리고 칼로 자르는 싸움 장면이 아니라, 잘린 몸뚱아리를 치료해주는 수술 장면이다. 마취도 없이 써걱써걱.

'화봉요원'이 있었으면 '화봉요원'을 구입하였을 것이다만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그 만화책은 복선과 암시가 많아서 1편부터 이어서 보지 않으면 안 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