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이범호, 박한이, 페타지니 그리고 김응용 야구

선감독은 젊은 선수들로 꾸려진 자신의 팀을 만드려고 한다. 이른바 친정(親政)체제.
'박한이는 정신병자'라고 일갈했던 김응용 前감독의 에피소드에서 알 수 있듯이 박한이는 김응용 체제의 선수이다. 임창용을 쿨하게 보내주듯 팀을 이끌어나가는데 있어서 자신이 직접 키운 선수들과 함께 하고픈 선감독, 그리고 집권 2기를 맞이하는 선감독의 심중을 깊이 헤아려주는 선주(先主) 김응용이라면 머리는 굵어지고 발은 느려지고 장타력은 줄어든 박한이에게 큰 미련을 갖지 않을 것이다.

4강 탈락을 겪은 삼성 라이온즈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새 물결, 새 인물이다. 

움직임은 호랑이 같고 잔머리는 여우 같은 '사자왕' 김응용은, 얼마 전 한화의 새 감독 한대화에게 김태균을 영입을 하겠노라 큰소리쳤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전략적> 호언장담으로, 너희팀 FA를 빼가겠다는 암시와 1루수 김태균으로 이목을 돌리려는 미끼가 동반된 <떡밥>인 것이다. 반은 농담이요, 반은 진담. 그야말로 백전노장 <김응용>다운 능구렁이 같은 수(手).
 
안정된 수비와 수비 못지 않게 견실한 타격 수치를 기록해줄 3루수 이범호는 '해외 진출을 노려보지만 국내에 남는다면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일본리그는 이종범이 그랬듯이 빠른 내야타구로 인해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크고 이승엽이 그렇듯 주전경쟁과 적응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우승 전력인 SK는 키우고 있는 선수가 있고 두산엔 넘보기 힘든 큰 산 김동주가 있다. 김동주의 존재감과 잠실의 넓은 구장으로 인한 홈런수 감소도 문제거니와 두산이 지를 수 있는 돈은 FA를 맞이한 이범호의 눈에 차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돈 있는 LG는 우승 전력이 아니다. 이범호는 우승전력 팀을 원한다. 대구 출신 이범호와 매 시즌 우승 도전의 꿈을 꿀 수 있게 해줄 삼성 라이온즈와의 궁합은 잘 맞을 것이다. 

주니치와 해태, LG와의 특수한 관계, 오릭스와 한화와의 특수한 관계를 생각한다면 그 당시 선동열, 이종범, 이상훈, 구대성처럼 쉽게 일본 무대를 밟을 수도 있을 것이지만 지금은 그때와 같은 연분 있는 구단이 없고, 꽃미남 특급투수 조성민, WBC 홈런킹 이승엽처럼 상품성이 출중하다면 요미우리라도 눈독을 들일 테지만 이범호에게는 네티즌들의 '꽃범호' 칭호만이 드높을 뿐이다. 임창용처럼 제로베이스 파격세일가로 시작한다면야 야쿠르트라도 계약할 수 있을 테지만 FA를 맞이하여 두툼한 액수로 선수 생활 최대의 목돈을 만져보고 싶은 이범호 개인의 눈에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범호를 원한다고 솔직하게 까놓고 들이대는 롯데와 김태균에서 페타지니로 이어지는 떡밥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는 삼성의 대결. 문제는 현 삼성 3루수 <박석민>인데 고질적인 허리통증을 안고 있으며 타격폼 교정이 필요한 박석민은 성장속도는 놀라우며 잠재력 역시 기대해볼만 선수다. 하지만 풀시즌 3루수로 뛰기에는 현재로선 무리. 같은 포지션의 조동찬의 성장속도는, 멈추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느리다. 

LG 외국인 지명타자 페타지니 얘기를 꺼내며 LG 구단을 발끈하게 하며 삼성 내부의 FA 박한이를 지르도록, 또는 김태균 영입 경쟁에 뛰어들도록 한다. (이범호의 안중에는 LG가 없다.) 1루수 김태균과 3루수 이범호 중에서 삼성이 지를 수 있는 선수는 (상대적으로) 풀시즌을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뛰어줄 수 있는 <이범호>다. 시카고 컵스 시절 뒤통수를 그라운드에 부딪힌 후 몇 년간 타격감을 찾지 못했던 최희섭의 경우에서 보듯 김태균의 뇌진탕 후유증도 걱정되며, 스트레스는 두통을, 두통은 컨디션 저하를, 컨디션 저하는 타격 부진을, 타격 부진은 스트레스를 가져올 것이다. 게다가 1년 후 (또는 당장 내년)에 데려올 <이승엽>의 포지션이 1루수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여자 연예인과 결혼하는 FA 박한이로서는 목돈과 수도권 거주를 원할 것이다. LG 구단은 목돈과 수도권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 원소속 구단에 대한 충성심? 소속팀에 대한 사랑? 이승엽은 삼성에 충성심이 없어서 떠난 것이 아니다. 김태균, 이범호는 한화를 미워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다.
삼성은 (임창용에게 그러했듯이) 쿨하게 박한이를 보내준다. 구단이 버린 것이 아니라 선수가 떠난 것이므로 팬들의 비난을 피할 수 있다. 박한이를 삼성에 눌러 앉힌다면 좀 더 일이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 하향세가 보이는 박한이와는 큰 액수의 계약을 해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보여진다. 박한이는 목돈을 받고 서울생활을 누리고, LG는 박한이와 이진영의 (현재 이름값으로는) 황금 외야를 갖게 되는 것이고.

박석민은 요통 치료, 타격폼 교정, 3루수 백업, 대타, 지명타자 등등 나름 바쁜 일정을 보낸다. (박석민의 신세가 불쌍해보이지만 조동찬만큼은 아닐 것이다.) 채태인은 1루수 포지션에서 이승엽의 컴백을 대비하며 외야 수비 연습을 하게 될 것이다. 좌익수로 전향한다고 해도 홍성흔의 좌익수 수비보다는 안정될 것이다. 물론 채태인의 외야수비는 예전 스미스, 김기태의 좌익수 수비보다 뛰어날 것이고. 

여차하면 (돈줄이 막히고 있는) 히어로즈의 외국인 외야수 <클락>을 영입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삼성이 히어로즈에서 데려오고 싶은 선수가 어디 외국인 선수 <클락> 뿐이겠는가.
대놓고 히어로즈 누구 누구를 삼성이 데려와야 된다라고 말하는 것은 히어로즈 팬들에게 실례되는 일로, 앞으로 어떻게 돌아가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나마 덜 부담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의 이름을 빌린다는 것을 밝혀둔다. 물론 내 생각으로도 지금의 삼성에 필요한 것은 이닝이터 외국인 선발 두 명이다.)

지금 내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스토브리그 전장(戰場)에 <김응용>이라는 거물이 직접 참전(參戰)했다는 것이다.
이제 이범호를 둘러싼, 롯데에 밀려 4강 진출에 실패한 삼성과 4강 진출의 최대 걸림돌인 그 삼성을 잡고 싶은 롯데의 대결이 펼쳐질 것이다. 이름하여 화쟁(花爭)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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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황룡사목탑 2009/11/06 01:04 # 답글

    음, 재미있는 글이긴 한데 외야자원 포화로 이병규마저 외면하고 있는 엘지에서 박한이에게 배팅활 확률이란 기아가 이범호를 영입하는 것 만큼이나 확률이 낮아보이네요

    유감스럽지만 박한이와 장성호는 FA시장에서 참 매력없는 상품..
  • 동사서독 2009/11/06 01:13 #

    이병규도 엘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는 않은 것 같더군요.
    일단 코-사장이 페타지니 영입 운운하며 LG의 콧등을 깨물었으니 재계 라이벌인 LG로서도 맞대응을 해야겠지요. 저는 그 맞대응이 삼성이 떡밥을 뿌리고 있는 김태균 쟁탈전이냐 삼성 내부 FA 박한이 가로채기 등으로 나타나지 않겠냐 싶습니다.
  • 유후훗 2009/11/06 01:49 # 답글

    참 재미있는 이야기군요 일견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있고
    확실히 삼성에서는 김태균보다는 이범호가 더 좋은 카드겠죠
    수비가 좋은 채태인보다는, 수비가 조금 더 불안한 박석민의 대체는
    수비라는 부분에서도 더 옳은 결정이란 생각이 듭니다.
    잘 보고 갑니다.
  • 동사서독 2009/11/06 02:04 #

    역사적인 4강 탈락에 이어 김응용 사장이 직접 말을 흘리고 다닌다는 점에서 뭔가 일어날 것 같은 겨울이죠. 일본행 떡밥, 김태균/페타지니 떡밥 등 양쪽에서 떡밥 흘리는 것에도 뭔가 코드를 맞춘 듯한 느낌도 있구요. 김상현을 봐도 알 수 있듯 고향팀에서의 성적상승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범호가 예전 삼성 3루수 김한수 만큼의 공수 활약을 해줄 수 있다면 현재 나온 FA 매물 중에서는 가장 군침도는 상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이범호를 빼옴으로써 09시즌 4강 탈락의 눈물을 흘리게 한 롯데 눈에 피눈물 나게 해줄 수도 있구요.
  • 파군성 2009/11/06 02:35 # 답글

    아마 LG는 최우선으로 김태균에 올인하고 (LG입장에서 최고의 매력적인 카드, 우타 빅뱃-_-;)이니
    그다음에는 이병규(기존 LG선수로서의 우월성, 만약 돌아온다면 팀이 여기밖에 없음;)
    아니면 용병 슬롯 하나 희생해서 페타지니를 들겠죠.
    LG로선 좌타 외야가 적은 편이 아니니;;;
    [애초에 페타지니가 지금 재계약 드립이 나오는건 김태균을 잡는 전제하에 꾸리는거라고 봐서...]

    그리고 페타지니의 경우는 LG측이 김태균에만 올인하지 못하도록 코선생께서 언론 플레이 하는거 이상이라고 LG팬으로선 생각하기 힘드네요.

    기존 이진영이나, 박용택, 만약 돌아온다는 전제하에 이병규까지 있고
    [이상 박한이가 하는 역할을 해줄수 있는 급]
    도루분야에서 상대 투수 휘젓기는 1류인 이대형까지 있는데
    굳이 보상선수 하나까지 내주면서 데리고 올까요;
  • 동사서독 2009/11/06 02:50 #

    그렇기도 하죠. 사실 '현재의' 박한이는 원소속팀 삼성 아니면 웃돈 주고 보상선수 줘가며 빼갈 메리트는 없으니까요. (박한이 입장에서라면 서울의 부자팀 LG가 손만 내밀어준다면 쉽게 OK할 것도 같구요. 삼성도 외야수비의 스페샬리스트가 부족하니만큼 박한이에 대한 기대치에 비해 아쉬운 부분은 있어도 참고 쓸 만은 하지요.)

    코선생이 직접 참전하신 이상 이번 겨울의 머니게임은 점점 재미있어집니다.
    직접 나선 이상 지르지 않을 분은 아니죠. 싱겁게 그냥 쇼핑만 할 분도 아니구요.
    이왕 나선 김에, 내년 시즌 요미우리에서 이승엽의 1루수 주전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이승엽 국내 복귀 문제까지 팔 걷어붙이고 나설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계속 해외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이승엽을 코끼리 김응용 사장이 억지로 국내에 눌러앉혔다면 메이저 포기에 대한 이승엽에 대한 비난(...)도 감쇄시킬 수가 있겠지요.
  • 닥슈나이더 2009/11/06 08:15 # 답글

    어쨌거나... 경기는 시작됐고..........
    이건 TimeOut이 있는 경기니 기다리면 될듯...^^;;
  • 동사서독 2009/11/06 11:21 #

    까놓고 얘기하면 롯데가 이범호 잡고 1루수 이대호, 3루수 이범호로 가는 것이 정답이긴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롯데가 전력보강을 하면 삼성이 내년 시즌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안불안할 걸요.
  • Reign 2009/11/06 09:16 # 답글

    파군성님 말씀대로 지금 엘지 외야에 박한이 들어갈 자리가 없음(...)
    박용택-이대형-이진영인데요;;;셋다 거의 풀타임 소화 가능하고 솔직히 박한이보다 셋다 발도 빠르고, 이대형 빼면 타격이 밀리는것도 아닌데 FA1명 영입하는데 엘지가 박한이 영입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고 생각합니다.
  • 동사서독 2009/11/06 11:19 #

    상대적으로 송구능력이 떨어지는 박용택을 지명타자로, 타격에 전념하면서 진정한 타격왕으로 변신한다거나 ^^;;
  • highenough 2009/11/06 09:23 # 답글

    흐흐. 마지막 코끼리 감독 사진 참.. :)
    이 덩치는 산만 해서 머리 굴리는 건 여우 같은 양반은 정말.. 김태균, 이범호 FA가 이번 스토브의 핵일 줄은 알았지만 코끼리 감독이 나선 이상.. 어디로 흘러갈지 더 흥미진진해졌습니다.
  • 동사서독 2009/11/06 11:26 #

    김태균은 해외 아니면 한화 잔류를 선언하며 운신의 폭을 좁혔고 이범호는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을 선택하겠다고 천명.
    롯데가 이범호를 향한 러브레터를 연신 쏘아올리는 가운데, 삼성은 엘지의 심기를 건드리고....

    KBO 레전드 전준호까지 정리하며 파이어세일을 예고하고 있는 히어로즈의 행보와 한국시리즈 MVP 문제로 불거진 기아 외국인선수 구톰슨의 행보까지.... 간단하다면 간단하고 복잡하다면 복잡한 스토브리그입니다.
  • 샤린로즈 2009/11/06 16:31 # 답글

    김태균 한화 잔류이냐 해외이냐 인데. 한화에 남았으면 하네요 ;; 에휴.. 이범호도 잡기를 ..
  • 동사서독 2009/11/06 19:32 #

    흑흑 눈물의 대우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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