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김건모가... 흑흑흑 풍운

개인적으로 김건모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얼굴>이란 제목의 노래입니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는 하~얀 그때 꿈을~

이렇게 시작되는 '얼굴'이라는 노래를 어린 시절에 배워서 늘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었는데 김건모 앨범 속에 '얼굴'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린 시절에 배웠던 노래를 쫄깃쫄깃한 목소리의 김건모가 어떻게 불렀나 들어봤더니 다른 노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가슴 속에 뭉클하고 와닿는 부분에서 같은 점이 있는 것이에요.

누구의 얼굴인지 나는 모르겠어 술취한 내 손이 누구를 그려놓은 건지
새햐안 종이 위에 흔들리듯 그려진 낯익은 소녀의 얼굴
내 마음 깊은 곳에 남겨진 얼굴 같아 모든 걸 다 잊었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상처만은 지난 기억들 속에 잊혀진 줄 알았던 얼굴로 남아있어


전국을 강타했던 히트곡 <잘못된 만남>이 수록된 앨범 이전에 나왔던 앨범에 실렸던 노래인데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 앨범에서 알려진 것은 '긴 머리 긴 치마를 입은 난 너를 상상하고 있었지만 짧은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가 너의 첫인상이었어'로 시작되는 경쾌한 리듬의 <첫인상>이나 <핑계>였지요.

<첫인상>과 <핑계>의 히트로 인해 인기가수가 된 김건모는 다음 앨범에 실린 <잘못된 만남>으로 인해 국민가수의 호칭을 듣게 됩니다. 대중적인 빠른 템포의 곡으로 엄청난 히트를 했지요. 하지만 그때부터 김건모는 자의든 타의든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공연에 관련된 잡음도 있었고 그를 키워준 프로듀서와의 불화설도 있었지요. 이후로는 발버둥을 치긴 했는데 보시다시피 아시다시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었지요.

제 개인적으로 김건모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남의 노래를 부를 때라고 생각됩니다. 김건모 특유의 쫄깃한 목소리가 다른 가수의 노래를, 별다른 편곡 없이 불러도 김건모화(化) 시킬 수 있거든요. 이번 <나가수>의 경우에도 룰렛을 돌리면서 다른 가수의 곡을 고를 때 남이 고른 곡을 김건모가 한소절씩 불러제끼는 장면이 있었지요. 잘 합니다. 이걸 어떻게 편곡할까 고민할 것도 없어요. 옆에 있는 후배 가수들이 감탄을 합니다. 그곳에 모인 가수들은 다들 거기서 승부가 결정났다고 느꼈을 겁니다. 김건모는 까불까불거리기 시작합니다. 필요없이 너무 많은 노래를 부릅니다. 거기서 너무 많은 패를 보여줬지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김건모'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이소라는 그 이후 집에 틀어박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만큼 긴장했다는 얘기에요. 진정이 안된다는 얘기,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다는 얘기에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긴장이 되면 숨고 싶어지는 사람 말이에요. 어느 정도 자신이 만족할만한 실력이 되지 않으면 나서지도 않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한순간 깜짝 놀랄 정도로의 실력을 보여주지요. 극과 극의 반응을 오가는 대신 스스로의 감정 조절이 잘 안되지요. (매번 깜짝 놀랄 정도로의 실력을 보여주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실패할까 두렵지요. 내적인 자존심이 강한 성격이에요. 그래서 더욱 숨기구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김건모' 발언은 이소라가 그만큼 김건모의 노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성적으로 좋아했다는 얘기가 아닌 경우에 말이죠.) 음악적으로 좋아했다는 말일테고 김건모를 경쟁상대로 삼았다는 얘기입니다. 선곡을 할 때 그렇게 펄펄 날던 김건모를 목표로 음악적인 자존심이 강한 이소라가 칼을 갈았단 얘기죠.

그 사람이 방구석에 박혀서 '와우' 게임이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그 사람 나름의 칼 가는 방법이에요.  노래하는 테크닉은 이미 예전에 완성된 사람이에요. 지금 와서 이소라에게 '비브라토'부터 다시 가르칠까요. 손을 떨지마라, 마이크를 흔들지마라 이런 것은 필요없어요.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감성'입니다. 그리고 '자존심'이구요.

새파랗게 날선 진검(眞劍)으로 승부를 하러 무대에 올라왔습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캬, 이소라 노래 하나는 환상적이다! 이런 반응이었구요. 문제는 바로 그 뒤에 이어졌습니다. 최고수라고 여겼던 김건모가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부르더니만 꼴등을 하고 만 것입니다. 

가수 이소라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노래이고 그 제일 좋아하는 노래의 상대는 김건모였어요. 그런데 그 김건모가 똥통에 처박힌 처참한 꼴이 되었습니다. 방구석에 처박히고 방송을 펑크내면서까지 날을 세워온 이소라의 그 감성, 감성의 둑이 무너져버린 것이죠.

김건모의 문제점은 그가 노래하는데 있어서 진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니 진지하지 않은 캐릭터로 오랫동안 방송에 나섰다는 것이에요. <나는 가수다>의 방청객들, 시청자들은 진지한 노래 대결을 원했습니다. 비록 예능프로그램이긴 하지만 그 부분이 포인트였지요.

 당대 무림 고수들이 진지하게 진검승부 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시중의 장삼이사 어중이떠중이들이 평가하면서 역전된 위치에서 오는 쾌감을 느껴보겠다는 것인데 다들 진지한 마스크로 임하는데 김건모는 실실 웃고 있습니다. 이래서야 예능이 아닌데서 오는 쾌감이 줄어들지요. 

한때 재미있는 입담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었습니다만 그 때문에 재능이 묻혀버린 감이 있습니다. 거침없는 입담 속에 드러나곤 하는 술담배 얘기처럼 자기 관리가 잘 안되고 있어요. 

그가 예전에 누렸던 '국민가수' 호칭, 우리가 알고 있는 김건모의 히트곡은 유명 프로듀서 <김창환>의 작품입니다. 김건모의 히트곡들은 김창환이 프로듀싱을 해줬고 그가 닦아준 히트곡 노선에 충실했기에 이뤄진 영광이었지요. 그의 품을 떠난 뒤로는 그때와 같은 히트송이 나오지 않아요. 그때와 비슷하게도 가보고 다르게도 가보고 발버둥을 쳐봐도 그때와 같은 최고의 인기는 누릴 수 없습니다. 김창환과 화해를 하고 다시 음악을 해도 그때처럼 크게 히트치지는 못할 거에요. '김창환이 만들어준 김건모'는 이미 '과거'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이럴 때는 차라리 다른 사람의 노래를 부르면서 자신의 음악적 실력을 보여줘서 가수로서의 '김건모'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습니다. 김건모의 실력, 그 탁월한 음색이라면 그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지요. 룰렛을 보여줄 때 잠시 보여줬던 것처럼 그의 노래 실력은 여전히 뛰어납니다. 문제는 이미지 관리였고 자기 관리였어요. 남들 다 정색하고 진지하고 겸손하게 노래 부르는데 혼자 킬킬거리면서 장난을 치기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카드를 다 보여줘요. '나 이만큼 하는데 ㅋㅋㅋ' 이런 모습이죠.
 
다른 가수들은 긴장을 하고 진지하게 부르기 시작합니다. 최고수의 무술 시범을 봤으니 다들 그만큼은 해야되겠다 싶은 것이죠. 방청객/시청자들도 그런 진지한 모습에 빠져들기 시작했구요. 웃기지 않은 진검승부가 포인트였습니다. 그때 거기서 김건모 차례가 왔는데 그 혼자 웃겨버리려고 한 것이죠. 정확히는 '립스틱'으로 말이죠. 방송의 컨셉에 엇박을 지른 것이에요.

김건모라는 무림 고수가 쓸 수 있는 무공의 맛뵈기 초식을 이미 선보인 후인지라 그 이상의 초절정 무공을 펼쳐야될 바로 그 상황에서 그는 웃기려고 한 것이죠. 잔뜩 당겨져서 팽팽해졌던 활 시위가 한순간 툭하고 끊기는 느낌이 듭니다. 노래는 테크닉이 아니라 '감성'이에요. 그 감성의 활 시위가 끊어지고 만 것이죠. 그 프로그램에선 김건모는 황기순이거나 심형래가 되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설령 가수 김건모가 황기순/심형래 급의 남 웃기는 재주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자리에서는 숨겼어야 했어요. 그래야 노래에 집중이 되거든요.

웃겨야 되는 것은 개그맨들이었고, 웃으면 안되는 쪽은 가수들이었어요. 노래 실력이 없는 개그맨/방청객/시청자들이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들을 평가하는, 기존의 가수 오디션 개념을 거꾸로 만든 데에서 오는 재미를 느껴보려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진지해야될 가수가, 그것도 그 중에서도 고수로 느껴졌던, 중간중간 자신의 실력을 뽐내며 후배들을 긴장시켰던 바로 김건모가 컨셉이고 감성이고 다 망가뜨려버린 것이에요.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수들이 일반인들에게 독설을 뿜어냅니다.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이 독해지면 독해질수록 유행하면 유행할수록 <나는 가수다>의 위치가 특별해집니다. 노래 못 부르는 우리가 잘난 너희들의 노래를 평가해보겠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컨셉인데 그 평가를 없던 일로 돌려버립니다. 우리가 평가하는줄 알고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가수들 자기들만의 룰로 마음대로 진행버리네요. 그러니 시청자들이 화가 날 수 밖에요. 

7등을 하면서 탈락 위기에 처한 김건모는 자신의 히트곡을 만들어졌던 김창환에게 전화를 겁니다. 김건모의 현재 소속사 대표라는군요. 김건모가 벗어나야될 것은, 음악적으로 김창환에게 너무 많이 의지하는 것입니다. 김건모 자체로도 노래 잘하는 가수에요. <잘못된 만남>으로 대표되는 김창환식 히트곡이 아니더라도 얼터너티브하고 언플러그드한 노래로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가수에요. 예전에 그가 불렀던 <얼굴> 같은 노래 말이죠.

이제 대중은, 김창환이 만든 김건모가 아닌, 김건모가 부른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출연한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은, 기존의 김창환표 히트곡들이 붙여준 김건모의 음악적 이미지, 그동안 몇 번의 예능 출연으로 만든 김건모의 방정맞은 캐릭터를 깰 수 있는 기회였었지요.


덧글

  • WeissBlut 2011/03/23 03:01 #

    글쎄요. 개인적으론 그 립스틱 퍼포먼스가 아니었더라도 김건모가 7위를 벗어날 확률은 낮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동사서독 2011/03/23 12:36 #

    남들은 쟝르를 바꿔 부를 정도로 적극적인 편곡을 했는데 김건모는 그렇지 않았지요. 룰렛 돌릴 때 후배들이 보여준 호평 때문에 별다른 고민없이 그냥 음색 하나로 ...
  • 식용달팽이 2011/03/23 07:27 #

    중간중간 보여준 김건모의 실력이 탁월했던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모든게 이해되는 부분은 아니죠. 그가 립스틱 퍼포먼스 없이 진지했더라도 이번 무대에 임한 자세가 진지하지 않았어요. 재도전을 고민하러 대기실에 있을 때... 편곡자를 갈구는 듯한 (카메라가 있어서 대놓고 갈구지 못하는 듯한) 그런 모습은 '야 네가 편곡 잘못해서 떨어진 것 아냐' 라는 인상을 시청자에게 주기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시청자들이 실망한 것은 그가 진지하지 못했기 때문도 있지만 그의 인성에서 모두 남에게 미룬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 동사서독 2011/03/23 12:39 #

    편곡에 적극적이지 못했고 편곡에 자신이 없었나 봅니다.
    자신이 부를 노래를 직접 프로듀싱하는 능력이 꽝이라서 프로듀서 김창환을 빼놓고 가면 빈 껍데기가 되는 모습이죠. 노래 부르는 재능은 있는데 음반의 컨셉, 노래의 컨셉, 무대의 컨셉, 퍼포먼스의 컨셉 잡는 능력이 없어요. 결국 타인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가수'였고 탈락 직후에도 자기 의지 없이 주변 사람의 의지에 따르려는 모습이 보여졌죠.
  • seaman 2011/03/23 09:54 #

    지들끼리 빨고 핥아주는 쓰레기들이죠
  • 동사서독 2011/03/23 12:43 #

    조영남 = 김건모
    조용필 = 윤도현
    전영록 = 정 엽
    심수봉 = 백지영
    패티김 = 이소라
    이미자 = 박정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조영남이 7등이라니 흑흑흑... 패티김이 울면서 뛰쳐나가자 무대는 개판이 되어버리고 ㅋㅋㅋ
  • 황룡사목탑 2011/03/23 10:00 #

    노래 뜰 당시는 편곡:김건모라고 되어있었는데 편곡자가 따로 있었더군요..

    그걸로 구라쳤다고 또 까이는중입니다
  • 동사서독 2011/03/23 12:44 #

    건모횽은 앨범 프로듀싱 능력, 위기관리 능력이이 젬병인가 봅니다. 노래만 잘하는 바보 ㅋㅋ
  • Frozenbreak 2011/03/23 10:06 #

    상당히 공감합니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20년차 가수로서의 자존심 때문이었을까요. 후배들과 진지하게 경쟁하면 꼴이 우스워진다는 생각을 했던 것인지 1화부터 시종일관 진지하지 못하더군요. 여유있는 무대도 좋지만 어쨋든 나는 가수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남들은 다들 진땀 뻘뻘 흘리면서 노래하고 있는데 자기 혼자 유유자적하고 있으면 아무리 국민가수라고 해도 좋은 평가를 받기가 힘들죠.

    여기에 도전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자세가 더해지니 시청자들로서는 밉상으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요즘같은 경쟁시대에 누가 좋아서 결과에 군말없이 승복합니까. 그게 룰이라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거죠. 그런데 마치 가수가 특권 계층인 것 마냥 승복하기는 커녕 룰 자체를 뒤바꿔버렸으니... 이번 일이 김건모 본인의 입지는 물론이고, 가수 전체에 대한 이미지도 별로 안 좋아질 수 있죠. 특히 오래된 가수들요.
  • 동사서독 2011/03/23 12:46 #

    감사합니다. 대기가수가 남진, 나훈아 같은 짬밥 훨씬 높은 가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됩니다. 오랜 공백을 깨고 무대로 돌아온 나훈아... 하지만 후배가수들의 깽판에 밀려 컴백무대는 저 먼 안드로메다로 ㅋㅋㅋ
  • 흔한 아라드의 뮤탈 2011/03/23 12:48 #

    탈락이유가 립스틱,수면양말 드립까지 나오니 이건뭐...
  • 동사서독 2011/03/23 17:03 #

    얼굴이 시꺼매서 .... 이것도 탈락 이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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