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송지선, 비극으로 사라진 야구계의 여신이여 야구

일요일 새벽, 오밤중에 고기가 먹고 싶어 인터넷으로 고기 뷔페 사진을 검색해봤다.
한달에 한 번 가는 온천장 우OO 병원 건물에 있는 '고기뷔페' 간판이 눈 앞에 아른거린 것이 어언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구워 먹는 고기를 맘껏 못 먹어본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나.
인간의 육체엔 고기, 짐승의 육신, 생명의 희생물이 이토록 절실한 것이었던가.
'나'란 인간은 어찌 이리 남의 살, 다른 생명의 희생물인 '고기'를 갈망하여 잠을 못 이룰 정도인가 말인가.

불에 구운 화육(火肉)의 쾌감(快感).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감을, 그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간 흔적을 나는 자르고 씹고 베어 물길 원한다.
질근질근 잘근잘근 오도독 오도독 씹고 또 씹길 원하는 것이다.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 구운 고기를 먹을 곳이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혼자서 고기 구워 먹는 일이 쉬운 것이 아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구운 고기, 고기 뷔페 대신 24시간 영업하는 돼지국밥집을 택한다.

비오는 새벽길을 20분을 걸어나가 돼지국밥집에 도착한다.
택시기사들, 그리고 소주에 흥건히 젖은 취객들과 함께 앉아 돼지국밥 한그릇을 먹어치운다.

간만에 오는 길인데 국물맛이 예전 같이 진한 느낌은 없다.
지난 번 돼지 파동 때 3,500원에서 4,000원으로 가격이 올랐는데 가격 오른 뒤로 국물이 옅어졌다는 느낌이다.

국물맛이 묽어졌든 500원이 올랐든 생양파가 없든 뜨거운 국물에 전구지를 넣고 부지런히 밥술을 뜬다.
스포츠신문 하나를 꺼내어 '야구' 면을 펼쳐놓고 김치와 깍두기를 리필하여 부지런히 돼지국밥을 먹는다.

엘지와 롯데는 상승세, 두산은 하락세란다. 꼴찌 후보였던 한화의 분발도 눈에 띈다.

돼지국밥 한그릇을 먹고나니 배가 불룩하다.
혼자 가는 뷔페도 어려운 일이겠지만 1인분 이상을 먹는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기뷔페 혼자 가서 고기 실컷 먹고 오겠다는 철없는 상상은, 돼지국밥 1인분도 버거워하는 무력한 위장 덕분에 상상만으로 그치게 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까운 편의점에 들려 샌드위치 하나를 구입해오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고기뷔페의 꿈은 주말의 섣부른 꿈으로 남긴 채 또다른 한 주가 다가온다.

월요일.

야구 없는 날.

송지선이 떨어졌다.

매력적인 외모와 똘똘한 눈매, 오똑한 콧날, 똑 떨어지는 말솜씨로 야구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그이가 젊은 나이에 생(生)을 끊었단다.
생일을 며칠 앞둔, 케이블 채널의 스타였던 젊은 아나운서는 십 여일간의 세상앓이 끝에 목숨을 버렸단다.

젊은 남녀의 사랑이야 철없을 수도 있고 서투를 수도 있다.
뜨겁게 타오를 수도 있고 차갑게 식을 수도 있고 행복하게 맺어질 수도 있고 상처받으며 끝날 수도 있다.
그래서 '젊음'이고 그래서 '사랑'이다.

고기에 굶주린 짐승처럼 사람들은 상처 입은 영혼에게 달려들어 물고 뜯고 씹고 뱉는다.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자살 소동을 벌인 그녀, 넘어진 그녀의 위로 '육식동물' 무리들이 달려든다.
떨어져 죽는 것이 무섭다던 그녀는 십여일을 씹히고 물린 뒤 그 무서운 19층 건물 아래로 뛰어내리고 말았다.

제주도에서 올라왔던 섬처녀는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을까.
여자에겐 생소한 스포츠를 업(業)으로 삼기 위해 얼마나 뛰고 또 뛰었을까.
그동안의 소문과 루머 속에 얼마나 외롭고 괴로웠을까.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갈, 그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갈 악성 댓글을 우리는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하는가.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서 누군가가 넘어지길, 누군가가 상처입길 기다리고 있는 잔인한 사냥꾼의 본능이여.
쓰러진 사람의 몸둥이 위로 다가와 그 지친 영혼 위에 날카로운 송곳니를 갖다댄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외로운 영혼, 괴로운 육체를 바라보며 짐승은 낄낄거린다.
핏내 나는 고깃덩이, 저항도 못하는 연약한 아가씨는 몇 번의 안쓰러운 말발꿈 끝에 스스로 생을 끝마친다.

자르고 씹고 베어 물길 원하는 육식동물의 입놀림, 손놀림, 글놀림... 우리 속에 있는 그 짐승(野獸)의 피(血)가 원망스럽다.  


덧글

  • 동네 최씨 2011/05/24 09:41 #

    물론 일차적인 짐은 직접 관계자인 임태훈이 져야 하지만 뒤에서 즐기면서 신나게 물어뜯고 사냥하던 사람들이 정작 그 사람이 죽고나니까 임태훈에게 다 뒤집어 씌우고 욕하면서 죄책감을 피하려는 모습들이 보기 좋지않습니다. 그렇게 반성 없이 희생양을 만들어 죄의식만 털어버리고는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다닐 것 같아서요.

    임태훈이야 자기와 관련해서 사람이 죽었으니 이 문제를 죽을 때까지 안고 갈 수밖에 없겠지만, 정작 이 사단이 나도록 몰아 붙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요?
  • 돈키호테 2011/05/24 10:32 #

    그냥. 잊어버리고 다른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릴겁니다. 분명.
  • 동사서독 2011/05/24 11:24 #

    고기뷔페 대신 돼지국밥을, 돼지국밥 먹고나니 샌드위치를 찾듯 그렇게 또다른 사냥감을 찾아나서겠지요.
  • dakljdaoijke 2011/05/24 12:22 #

    선남선녀의 개인사가 결국 이렇게 비극으로 가고 있네요......

    두 사람 개인사는 두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자기네들이 무슨 대변인이네 철학자인양

    떠들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제 아는 사람은 싸이에 욕써놓은 사람한테 그 사람 싸이가서 같이 욕써놓았는데

    그 놈이 명예훼손으로 신고해서 합의금 물어주고 어휴~~~


    인정따윈 없어진 세상이 되었죠........
  • 동사서독 2011/05/24 15:28 #

    예전에 네이버 블로그 사용할 적에 글 자주 올리던 이웃 블로거가 있었는데 애니메이션 글 올리고 음악 올리면서 ㅋㅋ 거리던 그 사람이 어느날 밤에 실연에 관련된 우울한 글을 올려놓더니만 그걸 마지막으로 자살했다더군요. 어제의 인기 블로거가 오늘의 자살 블로거가 되는게 인터넷의 현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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