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2년 2개월을 마치고 갓 복학을 했던 그때. 당시에는 '연애'라고는 생각치 않았었던, 시간이 흘러 생각해보면 그것도 연애의 한 종류였지 않나 싶은 지난 날의 씁쓸한 실패를 되새겨본다. 이제야 되새길 수 있게 된, 그땐 천천히 맛을 음미하지도 못했고 제대로 삼키지도 못해 목에 걸려있어야만 했던 딱딱한 추억 덩어리를.
그애가 시키는대로 영화보러 가고 원하는대로 밥을 먹고 그렇게 다녔던, 수업 마치고 집에 갈 땐 배웅하고 레포트는 다했나 물어보는... 피끓는 욕망, 애태우는 열정 따윈 없었던 관계. 여느 청춘 남녀가 그렇듯 1박2일 여행을 꿈꾼다든지 명품 가방을 사달라든지 그런 것은 전혀 없었던... 손 잡는 것조차 어색해서 손목 위 옷자락을 잡았던 그런 관계.
그쪽에서 원하는대로 Yes, 그쪽이 가자는대로 Go 그렇게만 지내왔었지. 군 복무 당시 꿈꿨던 것 중 하나가 부산국제영화제 가는 것과 여자랑 같이 영화 보는 것이었는데 마침 그쪽이 부산국제영화제 영화보러가자고 해서 그렇게 영화를 둘이 같이 보았고 극장 안에서 학과 선배 커플을 만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아마도 주변에는 다들 얘네들은 '커플'이라고들 생각했겠지만, 내 머리 속에는 딴 여자가 있었다.
육체적으로는 중학교 때 담임 선생이었던 여선생, 정신적으로는 초등학교 때 몇년간 옆자리에 앉았던 여자애. 이런 식으로 육체와 정신으로 나눠서 좋아했었고 남들 다 그짓하러 다니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주변의 여자들에 대해서 육체적인 욕정을 품진 않았었으니 그애라고 해도 별다른 감정이 있진 않았다. 이뤄지긴 힘든, 다시 만나도 옛날 그대로는 아닌 '추상화된 욕망'만이 '화석'처럼 내 마음 속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러자 저러자 내 쪽에서 요구하는 것은 없었고 점심 하나를 먹어도 그쪽의 의견을 물어 그쪽이 택하는 것을 따라갔다. 영화 보러 가자, 파파이스 먹자, 커피 한 잔 하자, 만화책 골라보자 등등 'Go'는 그쪽이 했고 나는 'No'하지 않고 따라갈 뿐이었다. 혼자만의 상상으로 지쳐있던 나의 몸과 마음은 감정의 방향키에 손을 떼어버린 채 물결이 움직이는대로 바람이 부는대로 상대가 원하는대로 따라갔다.
그애의 생일 같은, 선(線)을 넘을 수 있는 날짜는 애써 모른척 했으며 만난지 며칠 째 되는 것인지는 애초부터 세고 있지 않았었다. 군 입대 전 대학 신입생 때에는 친하게 지내던 여자 동기의 생일에 꽃 한 다발 가득 사줬던 것에 비하면 모르는 '남'처럼 그날을 지나간 것이다. 그렇게 '겉'으로만 붙어다녔던 '우리'는 결국 파국을 맞이했다. 그날 그애는 민망할 정도로 인상을 쓰면서 폭언을 했고 나 또한 참다못해 외마디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사귄 것도 아닌데 왜 화를 내는데!"
그애가 시키는대로 영화보러 가고 원하는대로 밥을 먹고 그렇게 다녔던, 수업 마치고 집에 갈 땐 배웅하고 레포트는 다했나 물어보는... 피끓는 욕망, 애태우는 열정 따윈 없었던 관계. 여느 청춘 남녀가 그렇듯 1박2일 여행을 꿈꾼다든지 명품 가방을 사달라든지 그런 것은 전혀 없었던... 손 잡는 것조차 어색해서 손목 위 옷자락을 잡았던 그런 관계.
그쪽에서 원하는대로 Yes, 그쪽이 가자는대로 Go 그렇게만 지내왔었지. 군 복무 당시 꿈꿨던 것 중 하나가 부산국제영화제 가는 것과 여자랑 같이 영화 보는 것이었는데 마침 그쪽이 부산국제영화제 영화보러가자고 해서 그렇게 영화를 둘이 같이 보았고 극장 안에서 학과 선배 커플을 만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아마도 주변에는 다들 얘네들은 '커플'이라고들 생각했겠지만, 내 머리 속에는 딴 여자가 있었다.
육체적으로는 중학교 때 담임 선생이었던 여선생, 정신적으로는 초등학교 때 몇년간 옆자리에 앉았던 여자애. 이런 식으로 육체와 정신으로 나눠서 좋아했었고 남들 다 그짓하러 다니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주변의 여자들에 대해서 육체적인 욕정을 품진 않았었으니 그애라고 해도 별다른 감정이 있진 않았다. 이뤄지긴 힘든, 다시 만나도 옛날 그대로는 아닌 '추상화된 욕망'만이 '화석'처럼 내 마음 속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러자 저러자 내 쪽에서 요구하는 것은 없었고 점심 하나를 먹어도 그쪽의 의견을 물어 그쪽이 택하는 것을 따라갔다. 영화 보러 가자, 파파이스 먹자, 커피 한 잔 하자, 만화책 골라보자 등등 'Go'는 그쪽이 했고 나는 'No'하지 않고 따라갈 뿐이었다. 혼자만의 상상으로 지쳐있던 나의 몸과 마음은 감정의 방향키에 손을 떼어버린 채 물결이 움직이는대로 바람이 부는대로 상대가 원하는대로 따라갔다.
그애의 생일 같은, 선(線)을 넘을 수 있는 날짜는 애써 모른척 했으며 만난지 며칠 째 되는 것인지는 애초부터 세고 있지 않았었다. 군 입대 전 대학 신입생 때에는 친하게 지내던 여자 동기의 생일에 꽃 한 다발 가득 사줬던 것에 비하면 모르는 '남'처럼 그날을 지나간 것이다. 그렇게 '겉'으로만 붙어다녔던 '우리'는 결국 파국을 맞이했다. 그날 그애는 민망할 정도로 인상을 쓰면서 폭언을 했고 나 또한 참다못해 외마디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사귄 것도 아닌데 왜 화를 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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