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활 감상: 나의 도르곤을 돌려 달라는... 영화

수요일 조조로 갓 개봉한 [최종병기 활]을 봤습니다. 고지전, 퀵, 7광구, 최종병기 활... 이렇게 최근 들어서 4편이네요.

영화 팜플렛에 청나라 도르곤... 어쩌구 적혀있길래 청나라의 군사들을 어떻게 표현했나에 중점을 둬서 봤는데 정작 병자호란 부분은 자막으로 처리하고 제대로 된 도르곤(!)은 나오지도 않아요. 새파랗게 젊은 청나라 '왕자'라는 인물 하나(그런데 그 왕자가 도르곤이라고 하네요 ㅋㅋ)와 그 밑의 부하 장수, 그가 지휘하는 소부대 정도가 대부분인데 합쳐서 일개 중대 인원 규모도 안나옵니다. 청나라 '왕자'라고 해도 역사 속에 나올만한 왕자는 아니고 반반한 조선 여자 겁탈이나 즐기는 그런 한량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도르곤'은 조선 여자 겁탈하다가 허무하게 죽는 인물은 아니지 않습니까)

역적의 죄목으로 멸족된 가운데 도망친 무리가 국법이 엄하지 않은 국경 지역에 숨어 살게 됩니다. 국법이 엄하지 않다보니 도망친 역적 자손과 양반 도련님이 결혼도 할 수 있고 그 결혼에 마을 사람들이 축하도 해줘요. 그러다 압록강 넘어 조선을 침입한 청나라 병사들에게 신랑 신부가 납치되어 끌려가는데 위치로 봐서는 함경도나 평안도 쪽이겠죠. 그런데 그곳에서 성장한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조연들까지 최근 서울에서 유행하는 말투를 써요. 정확히는 배우들이 최근까지 출연한 작품들 속의 말투 그대로겠지요. 청나라 군사들로 나오는 배우들이 영화 내내 만주어(!)를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조선인을 맡은 배우들의 경우 이북 사투리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나 할까요. 크게 돈이 들어갈 부분도 아니고 사어(死語)가 다 된 만주어에 비하면 고증도 쉽고 배우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아쉬움을 남깁니다.

[고지전]에서 인민군 장교 역할을 맡았던 배우 류승룡 씨가 이번에는 청나라 장수 역할을 맡았습니다. 영화 초반에는 말 위에서 카리스마 있게 나오는데 기병을 중심으로 한 속도전 위주의 청나라 전술과 다르게 영화 중반부터는 말에서 내려옵니다. 배우의 카리스마로 봐서는 만 명 정도는 족히 이끌 무게감인데 실제로 영화 속에서 그가 데리고 다니는 부하들은 일개 소대 병력이나 될 수 있나 싶어요. 영화 후반 들어서는 일개 분대 병력이나 될까말까한 병사들을 데리고 조선과의 국경지대를 헤매고 다닙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청나라 군사들이 위엄을 발휘하는 부분은 국경지대 작은 성을 노략질하는 장면이에요. 하지만 여기서도 청나라 군사들의 수는 많지 않습니다. 전체 합쳐서 백 명도 안 될 것 같더군요. 일개 중대 병력보다 적다는 얘기죠. 중국판 사극 영화들이었다면 청나라 군사들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생각해본다면 스케일의 면에서 한국 영화 스케일의 협소함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뜬금없는 호랑이 출연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아니고 스토리 상 필요없는 부분이 아닌가 싶더군요. 호랑이 CG가 어색하다는 얘기 때문에 다시 손을 봤더는데 그래서인지 그래픽 상으로는 크게 문제는 없어요. 문제는 이야기 전개 상으로 호랑이가 거기 나올 필요가 없었다는 거죠.

청나라 군사들에게 대항하다 죽은 조선 사람으로 나오는 이경영 씨는 죽어 나자빠져 있는 상황에서 배가 움직이는, 숨 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혹시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참고하셔서 이경영 씨 죽어있는 장면에서 숨 쉬고 있는지 안 쉬고 있는지 잘 보세요. 절벽을 뛰어 넘는 장면에서 '줄'이 보이기도 하더군요.
뒤늦게 수정에 들어갔었다는 호랑이 CG도 그렇고 피아노 줄도 그렇고 꼼꼼하지 못한 마감이 아쉬움을 남깁니다.

무기로서의 [활]을 좋아한다면 보실만한 영화에요. 

청나라의 [도르곤]에 대해서 알고 계신 분은 헛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구요.


핑백

덧글

  • DLIVE 2011/08/11 15:41 #

    ㅎㅎㅎ 저도 방금전에 조조로 봤는데...
    타이트한 구성이 재미지더군요..
    호랑이 출연은..흠..
  • 동사서독 2011/08/11 17:47 #

    사람들끼리 긴장감있게 쫒고 쫒기며 싸우는 편이 좋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 puella 2011/08/11 17:38 #

    도르곤이 병자호란 출정하기는 했지만
    영화속에 나오는 왕자는 영화 진행중엔 이름도 안나오고 해서 그냥 도르곤을 토대로 만든 가상의 왕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엔딩크레딧 보고 깜놀했답니다..아아 역사왜곡?
    도르곤도 도르곤이지만 배역중엔 '도르곤 진상녀'도 있었어요;;;;
  • 동사서독 2011/08/11 17:46 #

    영화 포스터에도 도르곤 왕자라고 설명했더라구요. 포스터에 낚여 도르곤 보러 갔는데 ㅋㅋ
  • 루카스 2011/08/13 19:00 #

    전 오히려 류승룡이 정예 몇명만 끌고다니면서 쫒는게 꽤 괜찮게 느껴졌어요.

    주인공이 진삼국무쌍하면서 청나라 군대 몇 백명 썰고 다니고 하는것보단 영화에서 나온대로가 더 설득력 있고 긴박감 있더군요.
  • 닥불。 2011/08/14 03:52 #

    덧글 주신 것 따라왔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크으, 호랑이 T -T .. 적을까 말까 하다가 끝내 패스하고 만 부분이라죠. 보니 같은 동물CG였던 예전 [조선명탐정]의 흑구보다는 뛰어난 듯 했는데 뭔가, 뭔가 그 호랑이의 '테두리'가!!!!!; ㅠㅠㅠㅠㅠㅠ 테두리가 선명하지 못 하고 흰색 계통으로 희미해 붕 떠 있는 듯한 이질감이 아주 크게 다가와버렸습니다; 역시 초반 호랑이 소리와 함께, 그 씬은 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영화의 도르곤도 큰 의미는 와닿지 않았어요. 그래서 역시 적지 않았습니다만.. 왕자의 호위라는 설정을 빼더라도 쥬신타는 그 자체로 부하들을 꽤 아끼는 듯 보였기 때문에 '좀 무식하고 버릇없는 부하들의 짓 - 그래도 동족이라 울컥한' 정도로 처리했어도 될 듯 했습니다. 문채원 씨의 비중을 늘리기 위한 씬이었을까요, 음.
  • 칼슈레이 2011/09/02 21:45 #

    그런 진실이 있었군요. 좋은 정보 얻어 갑니다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