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VS 주현미 VS 이소라의 노래 대결은? 습작

젊은 층이 많이 찾는 모 사이트 게시판에 이선희 VS 이소라를 주제로 댓글이 이어진다.

매주 일요일 저녁을 달구는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인순이, 그 인순이가 나오자마자 1위를 차지했고 그러다보니 나훈아가 나온다면, 윤종신이 나온다면, 서태지가 나온다면... 등등으로 이어지던 얘깃거리가 기존의 멤버였던 이소라이선희를 비교하는 글까지 이어지게 된 듯하다. 비슷한 시간대의 경쟁 프로그램인 [1박 2일]에서 인기리에 출연 중인 이승기에 대한 글까지 이어지다보니 이승기의 '사부'이면서 풍부한 성량과 다수의 히트곡을 지닌 이선희가 네티즌들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박찬호 VS 선동열, 선동열 VS 최동원의 비교 논란으로 북적하던 그 게시판이 일요일 저녁이면 이 땅의 가수들을 비교하고 줄 세우기에 바쁘다. '투수'라면 승패가 있고 삼진 수가 있고 방어율이 있고 어느 정도 계량화할 수 있는 한미일 리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략이라도 비교할 수 있는 수치라도 있지만 가수 개개인의 순위란 것은 그야말로 감성의 문제다. 조용필 MVP, 이선희 탈삼진왕, 이용 도루왕, 전영록 타격왕, 주현미 타점왕 이렇게 분야별로 점수를 매길 수도 없으니 각자의 추억에 따라 점수를 매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 시절에 내가 가장 많이 불렀던 노래는 주현미 노래가 아니었나 싶다. 꼬꼬마 녀석이, 밤 못 이루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마주치는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을 부르곤 했으니 아직 사추리에 털도 나지 않은 꼬마 녀석이 밤 못 이루는 영동교 홀로 걷는 마음을 알겠는가 마주치는 눈빛의 의미를 알겠난가... 가사 속에 숨겨진 성인가요의 숨은 듯을 모르면서도 흥얼흥얼 부르고 또 불렀으니 주현미 노래의 대중적인 중독성이란 가히 대단한 것이었다.

주현미 노래와 달리 이선희 노래는 풍부한 성량이 필요해서 흥얼거리고 놀기에는 좋지 못했다. 부르는 노래라기보다는 듣는 노래에 가까웠다고나 할까. 음악적으로는 주현미의 뽕짝보다 고급스럽게 들렸고 가사 하나하나 시적인 표현이 아름다웠으나 꼬마 녀석이 쉽게 따라 부르기에는 어려운 노래들이었다.

이선희의 주옥 같은 노래들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노래는 'J에게'가 아닌가 싶다. '나 항상 그대를', '알고 싶어요', '한바탕 웃음으로', '아름다운 강산', '아 옛날이여',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영', '갈등' 같은 과거의 히트곡에 '인연', '여우비' 같은 최신 히트곡까지... 이선희는 참 대단한 가수였고 그녀의 노래들은 참 대단한 명곡이었다고 생각된다. 주현미의 노래가 모두들 편하게 갖고 놀기 좋은 장난감 로봇이었다면 이선희의 노래는 갖고 놀긴 보다 진열해놓고 바라봐야 진가를 느낄 수 있는 금장 로마군선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 어느 주말, MBC 연예 프로그램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고 나서는 모든 것이 바껴버렸다. 심사위원으로 앉아있던 작사가 양인자와 가수로 배우로 전방위로 활동했던 전영록의 시대가 가고 서태지의 시대, X 세대의 시대가 열려버린다. 과거에 수많은 명곡의 가사를 만들었던 작사가는 꼴통 노인네 취급을 받게 되고 수많은 오빠부대를 거느렸던 스타는 새 스타의 존재를 몰라봤다는 이유로 시대의 뒤안길로 밀려났다. 그 주말 총칼과 탱크 대신 이주노와 양현석을 거느린 서태지는 새 시대의 문을 열었고 그리고 서태지가 열어버린 문 틈으로 에쵸티와 젝스키스, SES와 핑클이 등장한다. 그렇게 시작된 아이돌 시대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패러다임을 바꿔놓기 전, 내가 제일 좋아했던 가수를 꼽으라면 가왕 조용필도, 폭풍 같은 성량의 이선희도 아니고 주현미도 전영록도 아니었다. 그 시절에 '밤이면 밤마다'와 '엘레나가 된 순이'를 불렀던 인순이도 아니었고 나훈아는 '무시로', '갈무리' 등을 히트시켰으나 비주얼이 맘에 안들었고 비주얼만큼은 훌륭했던 남진은 벤치마킹(?)했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망과 함께 인기가 뚝 떨어졌다고나 할까. 이승철과 부활의 김태원은 아름다운 노래를 빚어냈으나 마약으로 그로기 상태를 오갔으며 가객 김현식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되었던 케이스이니 그 역시 그 시절 내가 제일 좋아했던 가수로 꼽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 시절을 추억할 때 가장 기억나는 노래는 이치현과 벗님들이 부른 '사랑의 슬픔', 이정석의 '사랑하기에'가 아닌가 싶다. 이치현과 벗님들은 '짚시여인'으로 뜨기 시작한지 몇 년 되지 않아 해체가 되어버렸고 이치현 혼자 노래를 불러봤지만 과거의 영광은 다시 찾지 못했다. '사랑의 슬픔'은 '짚시여인'의 성공 이후 불렀던 후속곡으로 쓸쓸한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었다. 수더분한 외모의 가수 이정석이 담담한 목소리로 불렀던 '사랑하기에'는 아름다운 가사 때문에 당시에도 화제가 되었던 곡.

야구 선수로 따진다면 누구 정도 될까? 한시즌 바짝 잘 던져놓고는 몇 년 가지 못하고 무너져버린 선발 투수에 비교할 수 있으려나. 선동열, 최동원, 박찬호는 물론이요 구대성, 송진우 급에도 못미치는 투수일 것이다. 짚시여인, 당신만이, 사랑의 슬픔 이 세 곡만큼은 성공한 곡이니 세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사그라든 투수라고 얘기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이정석은 '사랑하기에'로 정점 찍고 조갑경과의 듀엣곡 '사랑의 대화'로 인기를 유지하며 '첫눈이 온다구요'로 이어갔으나 이치현과 벗님들이 그룹 해체로 인기가 바랬다면 이정석은 이후의 사생활 문제로 몰락해버렸다. 굳이 한국 프로야구의 투수로 비교하면 조용필, 나훈아가 선동열, 최동원 급이라면 이치현과 벗님들, 이정석은 김태한, 강병규 급이나 될려나.

줄 세우기 좋아하는 이들은 박찬호와 선동열, 최동원의 순위를 매기려 든다. 그리고 조용필 1등, 이선희 2등, 나훈아 3등 김현식 4등 이승철 5등 이런 식으로  가수들마저 순위를 매기고 있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카라와 2ne1의 등급을 매기고 순위를 정하고 논쟁은 이어진다. 하지만 추억은, 그리고 감성은 순위와 등급을 초월한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노래보다 이치현과 벗님들의 노래를 위에 놓건말건, 나훈아의 노래보다 이정석의 노래를 더 좋아하건 말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스타 [소녀시대]보다 장혜리를, [원더걸스]보다 전유나를 [카라]보다 김혜림을 [2ne1]보다 원준희를 예뻐하든 말든 그건 각자의 몫이다. 각자의 추억 속에서 가장 사랑하는 노래, 각자의 가슴 속에서 가장 마음을 울렸던 노래가 당신의 '넘버원' 노래인 것이요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넘버원' 가수인 것이다. 노래에 순위를 매기고 가수에 등급을 매기는 작금의 세태는 참으로 각박하다.

서시와 달기, 양귀비와 진원원의 미모를 다퉈 무엇하랴.

당신이 사랑하는, 당신이 사랑했던  그 여자가 당신에게 있어 지상 최고의 미녀인 것을.

노래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