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완(鐵腕) 최동원, 영원한 에이스의 별세 야구

눈에 띄게 핼쑥해진 얼굴, 윤기가 사라진 피부. 이게 정말 84년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거두며 당시 최강의 라인업이었던 삼성의 강타자들을 무너뜨린 그 철완(鐵腕)의 모습인가 싶다. 4승 그리고 1패. 그 1패마저도 완투패였던 최동원. 7번의 경기에서 다섯 번을 등판했던 최동원. 마지막 7차전이 끝나고 우승 행가레가 쳐질 때 최동원의 코에서는 쌍코피가 흘러나왔다고 한다.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직전 강병철 당시 롯데 감독은 팀의 '에이스'인 최동원에게 1,3,5,7차전을 맡을 것을 지시한다. 상식적으로는 투수의 몸을 망가뜨리는 무리한 등판. 그렇게 투수를 무리하게 등판시킨다고 해서 꼭 우승한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 아닌가. 내년은? 그리고 그 다음은?

하지만 "동원아, 우야꼬 여기까지 왔는데"와 "예 알았심더"로 이어졌다는 뒷얘기가 전해지듯 최동원은 묵묵히 지시를 따랐고 아니 감독의 지시 이상의 것을 해냈다. 계획상으로는 4번 등판인데 4승 1패 다섯 번을 등판했으니 말이다. 한국시리즈 MVP는 7차전에서 쓰리런 홈런을 친 유두열에게 돌아갔다.

자신의 희생을 감내했던 '에이스' 최동원은 그 몇 해 후 선수 노조 결성을 하려 했다는 이유로 강제 트레이드 대상이 되어 롯데를 떠났다. 그때 그 가을 마운드에서 그토록 혼신의 힘을 불살라 막아냈던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게 된 최동원은 더이상 예전의 '에이스'가 아니었다. 최동원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은퇴를 하게 된다.

자신의 피와 땀으로 우승을 일궈낸 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그 구단으로부터 버림받은 최동원은 예능 프로와 사업을 전전하며 야구 외적인 일을 하다 뒤늦게 김인식 감독이 있던 한화 이글스의 투수코치 자리를 맡게 된다. 다시 야구공을 잡고 모처럼 그라운드로 돌아온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대장암' 발병 소식이었다.

강제 트레이드 당한 그때 이후 롯데 유니폼을 입지 못한 최동원은 모교인 경남고 유니폼을 입은 모습으로 야구팬들, 부산팬들의 눈 앞에 나타났다. 금테 안경은 예전과 같으나 '쳐볼테면 쳐봐라'는 자신만만함이 가득 했던 표정은 이제 사라졌다. 팽팽했던 얼굴은 마치 70대 노인의 얼굴처럼 핼쑥해지고 말았다. 얼굴도 얼굴이지만 눈에 띄는 것도 놀랍게 부풀어오른 뱃살이다. 자기 말로는 채식과 단식 때문에 과도하게 살이 빠져서 얼굴이 핼쑥해졌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저 부풀어오른 배는 무엇 때문인가.

말라버린 고목 같은 핼쑥한 얼굴, 그 핼쑥해진 얼굴에 대비되는 큰 사이즈의 헐렁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타난 최동원. 허리가 아파서 그날 경기에 공을 못 던진다고 얘기했다는데 몇 장의 사진 속에 허리가 틀어진 상태로 그라운드에 서있는 모습을 보니 저 정도의 기립 자세라면 허리도 아프긴 아프겠다 싶다. 대장암 투병 병력, 간암 루머, 쇠약해진 몸, 배에 가득 들어찬 복수, 복수의 무게를 못이겨 틀어진 척추 ... 그 모든 아픔, 약해짐을 겉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이 '에이스' 최동원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동원아, 우야꼬 여기까지 왔는데"

감독님, 팔 아파서 못 던집니다. 의사 선생님, 억수로 아픕니다. 야구팬 여러분, 저 많이 아픕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최동원'의 방식이 아니다. 그는 '에이스'인 것이다.

"예, 알았심더."

최동원은 아픈 내색 하지 않고 마운드로 걸어 올라갔다. 자신의 어깨에 모든 것을 지고는 아프다는 소리 없이 '칠 테면 쳐봐라'며 공을 던졌다. 어깨의 실핏줄이 다 터지고 쌍코피가 흘러나올 때도 아픔은 그 혼자의 것이었다. 이제 그 투혼의 대상은 이만수, 장효죠, 김시진, 김일융의 삼성이 아닌 암(癌)으로 바꼈을 뿐이다. 달라진 피부, 말라버린 나무 같은 안색에 그에 어울리지 않는 불룩한 배. 필경 암으로 인한 복수일 것이다. 지인들이 그의 안부를 물으며 걱정을 한다. 

"동원아, 우야꼬..."

"마, 괘암심더. 몸 만들어서 마운드에 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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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 꼴리건 X 2011/09/14 08:29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밸리에 올라온 썸네일이 사진 업로드 순서로 나오는 지라 저 마지막 모습을 보아야 하는 것이 슬플 따름이군요....
  • 동사서독 2011/09/14 08:33 #

    끝내 괜찮다고 했지만 윤기 없이 마른 피부와 복수 차오른 배는 숨기지 못했기에 경남고 유니폼을 입은 사진을 올렸었는데 아무래도 좀 그래서 사진 바꿨습니다.
  • ■ 꼴리건 X 2011/09/14 08:34 #

    감사합니다....
  • 곰돌군 2011/09/14 11:57 #

    작년 말쯤에 이미 손쓰기에 너무 늦었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퍼지고 있었죠.. 참 하늘이 무심합니다.
  • 동사서독 2011/09/14 12:23 #

    한화에 있을 때 대장암 치료 때문에 그만 두다시피 했을 때 사실 걱정이 되긴 했었죠.
  • 안경소녀교단 2011/09/14 13:46 #

    그래도 자신의 어깨와 바꿔서 팀의 첫 우승을 만들어준 선수인데 롯데한테 1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고 사직구장에 최동원 선수 동상이나 기념관,추모관을 마련해달라고 하면 들어줄 확률 없겠죠?

  • YangGoon 2011/09/14 14:04 #

    지금 하는 꼬라지 보면 영구결번이라도 해주면 다행인거 같네요 ┐-
  • 동사서독 2011/09/14 15:35 #

    동원 참치에서 고 최동원 추모 참치캔 할인 행사를 하는 쪽이 더 빠를 수도 ...
  • YangGoon 2011/09/14 14:03 #

    아...지난번 레전드 매치때...너무 헬쓱해진 모습에 놀랐었는데...
    공도 못 던지시고 모교가 역전패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셨던...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ㅠㅠ
  • 동사서독 2011/09/14 15:32 #

    로이스터 자르고 그만큼 팬들의 질타를 받았으니 최동원 선수 일은 팬들 마음에 들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격호도 몇 십년 더 살 것도 아니고 몇 년 안 있으면 저승에서 만날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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