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송, 반금련을 생각하며 호랑이를 때려잡다 습작

"형님은 떡을 다 팔고 오실테니 그때까지 술이나 드시면 기다려 보시지요. 마침 집에 좋은 술이 있답니다."

금련이 무송에게 술을 권한다. 모처럼 집에 들른 무송이 형수가 한 잔 두 잔 건네주는 술에 취기가 돌 때쯤 금련이 무송 몰래 음약(淫藥)을 술에 타서 시동생에게 먹인다. 이웃의 왕노파가 선물한 미약(迷藥)으로 그것을 마신 무송의 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무송의 눈빛이 흐려짐을 본 금련이 다급히 무송을 부른다.

"도련님, 여기 쥐가 있어요. 쥐 좀 잡아주세요."

무송이 침실에 들어가자 잡으라는 쥐는 보이지 않고 쥐 잡아먹은듯 붉은 입술을 가진 금련이 요염한 눈빛으로 무송을 바라보는 것이다

"저기, 저기, 방안에 쥐가 있잖수."

금련은 치마를 걷어 붙이고 새햐안 허벅지를 드러내며 무송을 재촉한다. 마지못해 무송이 방에 들어가니 무송의 귀에 대고 금련이 속삭인다.

"동생, 옷을 이리 거추장스럽게 입어서야 어찌 쥐를 잡겠수."

어디서 났는지 손에 꽉 잡히는 몽둥이 하나를 무송의 손에 얼른 쥐어주고는 무송의 웃옷을 벗긴다. 남편 무대의 비쩍 마르고 배배 틀린 몸과는 다른, 탄탄하기 이를데 없는 구릿빛 근육이다. 무대의 탄탄한 등짝에 금련의 손바닥이 와닿는다.

"어찌 형제가 이리 다를꼬." 금련이 나직히 한숨을 내쉰다.

"형수, 지금 뭐하는 것이요!" 무송이 버럭 고함을 지른다.

형 무대를 생각하며 형수 반금련의 뜨거운 유혹을 뿌리친 무송은 몸에 남아있는 후끈후끈한 취기가 음약(陰藥) 때문인줄 모르고 술기운을 깨기 위해 산에 오른다. 아니 스물스물 올라오는 더러운 욕정(慾情)을 식히기 위해 산에 오른 것이리라.

"형님, 형님... "

아내에게조차 버림받은 불쌍한 형 무대를 생각하니 무송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남편의 친동생인 시동생 무송에게까지 욕정의 손길을 뻗힐 정도라면 다른 남정네들에겐 금련이 어떤 손짓 눈짓을 보냈을지 상상만 해도 괴로운 것이다.

형님과 혼인을 하기에는 과분한 여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리도 강상의 도를 저버리는 행동을 할 줄은 무송도 차마 예상치 못했었다. 형수의 부정한 행동을 형님에게 알려주자니 형님이 비참해질 것이고 모른척 덮어두자니 그것 역시도 형 무대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송은 정신없이 달린다. 분노와 연민을 떨쳐버리려는듯 산이 떠나가라 쩌렁쩌렁하게 외마디 고함을 지른다.

"형님!!!!!"

그런 무송의 앞을 호랑이 한 마리가 가로막는다. 바람을 타고 고양이과 동물 특유의 냄새가 풍겨진다. 시큼한 냄새 사이로 비릿한 냄새가 섞여 있다. 피냄새인 것이다. 이마 위엔 흰 털이 선명하다. 악명 높은 경양강(景陽崗) 식인호(食人虎)가 무송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술기운 때문인지 약기운 때문인지 무송이 호랑이를 향해 겁없이 달려든다. 금련이 쥐를 잡으라고 건네준 몽둥이가 무송의 손에 아직도 쥐어져 있다. 호랑이가 휘두르는 앞발을 잽싸게 피하더니 으르렁거리는 호랑이의 아가리를 몽둥이로 내려친다. 예사롭지 않은 일격에 호랑이가 주춤주춤하는 동안 무송이 호랑이 등에 올라타 목을 끌어안고 조으기 시작한다. 호랑이의 움직임이 둔해지자 몽둥이로 호랑이의 머리통을 연신 내려친다.

"반금련, 이 요망한 계집!"

무송은 호랑이의 머리통을 뽀갤듯이 내려친다. 호랑이의 눈과 코, 귀에서 피가 흐른다. 호랑이가 축 늘어졌음에도 무송의 몽둥이질은 그치지 않는다.

"요망한 것!"

호랑이의 골이 깨지고 뇌수가 터져 두부처럼 흘러나온다. 몽둥이가 부러지자 주먹으로 내려친다. 무송의 주먹은 피로 가득하다. 피로 가득하다 못해 회백질 점액이 손가락 사이사이 끈적하게 붙어있다. 무송의 두 눈은 핏발이 서있고 그 머리털은 위를 향해 솟구쳐 있다. 야차(夜叉)의 모습이었다.

"죽어! 죽어!"

그렇게 내려치길 한식경이나 되었을까. 청하현(淸河縣) 제일의 장사(將士)의 몸에도 피로가 느껴진다. 그때쯤 온몸을 감싸던 약기운도 사라진 것이다. 호랑이를 때려눕힌 기세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두 다리에 힘이 빠져 그 자리에 누워 숨을 헐떡댄다. 온몸을 뜨겁게 달구던 불기운은 어디로 사라지고 한기(寒氣)마저 느껴진다.

"형님, 형님... 내, 쥐를 잡으랬는데 범을 잡고 말았소."

온몸에 잔뜩 피를 묻힌 무송이, 죽어 나자빠진 호랑이를 옆에 두고 한참을 서럽게 흐느낀다. 경양강 고개를 넘어 터벅터벅 이웃 마을 양곡현으로 걸어간 무송은 마을 사람들을 불러 죽은 호랑이를 관아로 들고 가게 한다. 어스름이 깃들 무렵, 횃불과 창으로 무장한 30 여명의 장정들이 산으로 올라간다. 죽은 호랑이를 실어 나를 수레 하나가 뒤를 따른다. 

사지를 늘어뜨리고 죽어 나자빠진 호랑이를 발견하자 횃불을 비쳐 그 이마를 확인한다. 두개골이 처참하게 박살난 지라 이마 위의 흰 털은 알아볼 수 없었다. 유난히 큰 덩치로 보아 그 악명 높은 식인호가 죽어 나자빠진 이 호랑이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장정들을 인솔해온 관리가 칼을 들고 오더니 죽은 호랑이의 배를 가른다. 호랑이의 뱃 속에서 사람의 옷가지 조각이며 사람의 것이 분명한 머리카락이 나오자 장정들의 입에서 탄식과 함성이 함께 나온다.

호랑이에 피해를 입어 이웃 마을 마실조차 엄두를 못내던 양곡현 사람들은 무송을 환대한다. 여기저기서 무송을 환대하는 잔치가 벌어진다. 잔치는 여러날 이어지고 양곡현의 지현(智縣)은 무송의 용맹을 높이 사서 자기 마을의 도두로 삼는다.
 

아무 것도 모르는 형 무대는 그날 역시도 떡을 팔기 위해 온몸이 땀범벅이 되도록 여기저기 장터를 돌고 있었다. 조그만 키, 비루한 체구, 곰보투성이인 얼굴로 떡을 팔기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땀에 젖어 쉰내가 나는 옷차림으로 해질 무렵 집으로 들어온 무대를 보며 금련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서문경'이라고 했던가'

낮에 거리에서 만났던 해사한 남자를 떠올리니 반금련의 볼에 홍조가 핀다.

앞으로의 일이야 어찌 되든 금련은 또 다시 위험한 욕정(慾情)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